MSB The Reference Headphone 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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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하이파이를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스테레오 기반으로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피커 시스템 기반이며 하나는 헤드폰 시스템 기반이다. 헤드폰의 경우 최근 줄여서 헤드-파이라고도 불린다.
미국과 같이 개인 주택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에선 하이파이 시스템을 선호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만 우리나라나 홍콩과 같이 집의 구조가 아파트 밀집 형태인 경우 헤드폰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에서 헤드폰 시장은 확실히 하이파이 시장 못지 않게 크게 형성 되어 있다. 또한 공간적인 제약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하이파이 시스템과 다르게 여러 개의 헤드폰을 소유하고 있는 콜렉터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레코드 음악 장르에 따라 헤드폰의 재생 특성을 맞춰 선택하여 음악을 즐기기 때문에 적어도 2~3개 이상의 헤드폰을 갖춘 이들도 많다는 것이다. 또한 무게나 부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고 거래도 크게 어렵지 않으며 그만큼 활성화 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전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헤드폰 제품 수에 비해 제대로 된 헤드폰 앰프가 부재이다. 아직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헤드폰 앰프의 구조는 프리 앰프나 파워 앰프(입력단에 국한) 디지털 소스 기기의 출력단 구조와 아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파이 업계, 더 나아가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선 헤드폰 앰프 제작 시장에 크게 나서지 않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오디오파일층이 다르고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시장의 전망이 밝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헤드폰의 경우는 진동판 소재나 마그넷, 또한 어쿠스틱 챔버 디자인 개량을 통해 날이 갈수록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헤드폰 앰프는 정체된 느낌이다. 실제 헤드폰 시장에서 궁극의 제품으로 인정 받는 제품들은 늘고 있지만 이들 헤드폰을 제대로 울려줄 수 있는 헤드폰 앰프가 전무에 가깝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평가이다.
그래서 가끔은 잘못된 평가가 내려지는 헤드폰도 많은 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 입장에서도 하이엔드 헤드폰 앰프 제작이 그리 까다롭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프리 앰프의 증폭 회로를 조금 더 손봐 선보이면 될 것이란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리 앰프의 가격이 20,000달러를 넘는 고가라는 점에서 헤드-파이 유저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최근엔 기존 하이엔드 프리 앰프의 고품질 회로를 통해 헤드폰 출력단을 구비한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출력의 한계로 최대 32옴짜리 헤드폰 구동에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32옴 이하의 헤드폰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저능률 헤드폰이 조금 더 델리케이트한 소리 재생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장 상황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이 MSB 테크놀러지이다. 이들은 레퍼런스 라인업 위에 최상위 등급의 제품으로 셀렉트 라인업을 만들었다. 셀렉트 헤드폰 앰프는 기존 셀렉트 라인업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고품질의 전원부와 셀렉트 DAC과 같은 스펙의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해 믿기 힘든 헤드폰 음질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 아닌 문제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셀렉트 헤드폰 앰프는 정전형 헤드폰 구동에 국한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미루어 짐작할 때 셀렉트 헤드폰 앰프의 제작자인 조나단 굴만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헤드폰 시스템이 정전형이거나 그가 정전형 헤드폰 매니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판매를 위한 헤드폰 앰프를 제작해야 한다면 다이나믹 헤드폰용 앰프를 제작했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기존 헤드폰 앰프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는 고가의 가격표에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셀렉트 헤드폰 앰프의 성능이 필요하고 이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소수의 헤드-파이 유저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MSB 테크놀러지는 전 세계의 헤드-파이 유저들을 타겟으로 셀렉트 헤드폰 앰프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오디이 LCD-4의 능력을 120% 발휘하게 만들어준 능력만으로도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의 능력은 값지다>
결과적으론 가장 큰 걸림돌은 첫 번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셀렉트 헤드폰 앰프와 결합한 정전형 헤드폰의 음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고 진정한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로써의 평가를 아주 손쉽게 얻어냈다.
이와 같은 결과물이 정전형 헤드폰 시스템에 국한되는 일은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 세계 MSB 테크놀러지의 디스트리뷰터는 다이나믹 헤드폰을 위한 헤드폰 앰프 제작을 요청했고 그리하여 완성된 제품이 바로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이다.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의 디자인적인 아이덴티티는 기존 레퍼런스 라인업의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 그래서 미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최고점을 주고 싶다. 지금까지 이토록 아름답고 웅장한 헤드폰 앰프는 본적이 없다.
또한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 채용으로 전원부와 증폭 회로의 완전한 격리를 이뤄냈으며 이는 무려 65파운드(30kg 정도)에 이르는 로우 알루미늄 블록을 깎아내 완성한 섀시라는 것이다. 단순히 전자파 차폐 이외에도 압도적인 댐핑에 의한 흔들림이 없는 아주 투명한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위력적일 만큼 압도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다. 다이나믹 레인지는 무려 139dB에 이르며 20Hz에서 20kHz의 가청 주파수 범위에선 무려 141dBA의 수치를 실현해냈다. 크로스토크 수치 역시 알루미늄 모노코크 디자인 덕분에 1kHz에서는 130dB에 이르며 가청 주파수 범위 내인 20kHz에서 무려 110dB 이르는 수치를 확보해 냈다.
또한 최대 출력 지점을 의미하는 1% THD+N 특성은 16옴에서 4.25Vrms(1.12W)에 이르며 32옴에서 8.6Vrms(2.3W), 45옴에서 15.5Vrms(5.3W)에 이른다. 한 마디로 압도적인 스펙을 지니고 있다. 또한 헤드폰 아웃풋의 임피던스는 0.45옴에 불과하다.
이런 압도적인 스펙은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 설계의 근본이 풀-밸런스 증폭 방식과 맞물려 얻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입력뿐 아니라 출력도 4핀 밸런스 규격에 맞춰져 있다. 물론 변환짹을 통해 싱글-엔디드 단자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상이 바뀌는 문제로 인해 4핀 밸런스만을 추구한다.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와 관련해 MSB 테크놀러지의 치프 엔지니어인 조나단 굴만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압도적인 헤드폰 음질 재생을 위해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대부분의 고성능 헤드폰은 커스텀 케이블에 따라 4핀 밸런스로 얼마든지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될 내용은 아니다.
이 외에도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한 가지 더 특이점을 갖추고 있는데 분리형 헤드폰 앰프로 제작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표면적으로 MSB 테크놀러지의 셀렉트 2 하이브리드 DAC나 레퍼런스 DAC의 경우 출력 회로를 필요로 하지 않은 최첨단 DAC이기 때문이며 여기에 신호 손실이 압도적으로 적은 최첨단 볼륨 회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MSB의 셀렉트 2 하이브리드 DAC이나 레퍼런스 DAC 없이 직결 가능한 DAC 또는 프리 앰프 시스템과 연결해 아주 뛰어난 헤드폰 음질도 누릴 수 있다. 분리형 헤드폰 앰프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 내에선 MSB 테크놀러지가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매칭 프리 앰프와의 음색 조화와 고음질을 꾀할 수 있으며 실제 내 리스닝 룸에서 운영 중인 프리 앰프와의 조합에서 기존 헤드폰 앰프로는 도저히 기대하기 힘들었던 악기 재생음의 리치함과 힘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에 기대한 바는 컸다. 실제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헤드폰 앰프로써 단독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과 병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이것은 셀렉트 헤드폰 앰프와 마찬가지로 본체에 전원을 넣으면 소스 기기나 프리 앰프로부터 입력된 음악 신호가 헤드폰을 통해 출력되며 전원 버튼을 내리면 음악 신호가 바이-패스 되어 파워 앰프 시스템으로 입력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제품 후면을 보면 밸런스 입력과 출력 단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즉, 인터 케이블 한 조만 더 구비되면 완벽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과 헤드-파이 시스템을 손쉽게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의 테스트를 위해 사용된 헤드폰은 총 6가지 종류다. 이들 헤드폰은 모두 4핀 밸런스 단자 케이블로 제작되어 있거나 300만원에 이르는 커스텀 케이블을 연결해 사용했다.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 성능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헤드폰은 AKG의 K1000과 오디지사의 LCD-4 헤드폰이었다. (실제 오디지사의 헤드폰은 LCD-2부터 LCD-3까지 준비되었는데 그 이유는 기존 헤드폰 앰프에서는 이들 헤드폰의 재생음의 차이가 그리 현격하게 나타나지 않아서였는데 이 차이를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를 통해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AKG K1000은 헤드폰이라기 보단 이어 스피커로 통할 만큼 저능률 헤드폰으로 알려져 있다. AKG K1000과의 매칭은 구동은 커녕 볼륨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헤드폰 앰프가 태반일 만큼 저능률로 설계 됐다. 하지만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와 결합된 AKG K1000은 구동을 넘어 아주 넉넉한 볼륨 확보까지 가능했다.
일반적인 헤드폰 앰프로 볼륨 구간이 7시에서 시작해 5시 방향에서 끝난다고 가정하면 11시 방향에서도 충분한 볼륨이 확보 될 만큼 넉넉한 출력을 보여주었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프리 앰프의 증폭률은 0dB로 증폭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프리 앰프에 따라 볼륨이 훨씬 덜 먹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놀라웠던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재생음의 밸런스와 음색이었다. 출시 된지 워낙 오래된 AKG K1000의 경우 헤어 밴드 시스템에 의한 플로팅 기반으로 묘한 음장감을 형성해 주기도 하는데 문제는 최신 헤드폰과 비교하면 대역이 무척 좁아 상대적으로 답답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MSB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에서는 MSB 증폭 회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디스토션이 한껏 억제된 무척 투명하고 싱싱한 음색을 통해 AKG K1000의 재해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재생음으로 들려주었다. 이것을 착색이라 부르기엔 무리수가 있으며 아날로그 신호의 높은 순도가 넘치는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AKG K1000의 경우 개조를 통한 커스텀 케이블이 적용되어 있는 반면 리뷰를 위해 사용된 AKG K1000은 단지 기본 케이블 상태여서 더욱 큰 놀라움을 가져다 주었다.
이번 리뷰를 위한 테스트에서 화룡정점은 오디지 LCD-4였다. 최고 수준에 오른 헤드폰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LCD-2와 LCD-3 사이에 재생음의 중립적인 밸런스를 갖춘 헤드폰으로만 평가 되던 헤드폰이다. 구동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경쟁 가능한 헤드폰과 달리 보다 높은 출력을 요구하는 헤드폰이기도 하다.
하지만 MSB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와 연결된 오디지 LCD-4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LCD-2와 LCD-3 역시 익히 알려진 재생음 밸런스 외에도 압도적인 청감상 정보량을 가져다 주었다. 이는 오디지 LCD-4 또한 마찬가지로 소리의 입자감이 무척 잘게 쪼개지며 소리의 밀도가 무척 좋아 경쟁 가능한 헤드폰과 비교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며 스케일을 제외한 음질과 음색에선 수준급의 하이엔드 스피커와 비교 가능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가 오디지 LCD-4를 힘으로 무리하게 제압한다는 느낌 없이 무척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구동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직렬 4기통 엔진의 세단을 타다 V8기통 엔진의 고급 세단을 타는 것처럼 뒷배경은 정숙하며 모든 소리가 살아 숨쉬는 느낌마저 가져다 주었다.
오디지 LCD-4 헤드폰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헤드-파이 유저라도 오디지 LCD-4의 재해석을 넘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의 재생음을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들려줄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익히 알려진 대로 LCD-4의 중립적인 재생음의 밸런스는 장시간 청음을 통해서도 귀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만큼 정교한 밸런스를 유지해 준다.
이번 리뷰를 통해 확실하게 설명하고 싶은 것은 MSB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헤드폰 앰프라는 것이다. 사실상 경쟁 가능한 상대가 없는 만큼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가 가지는 가치는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자꾸만 고민되는 것은 MSB 레퍼런스 헤드폰 앰프와 오디지 LCD-4를 도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자꾸만 잊게 되어도 또 다시 접하게 되면 구입하고 싶단 마음이 굴뚝같아 진다. 언젠간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