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 3인의 대담 리뷰
본문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 출현했다. 바로 MSB에서 내놓은 SELECT II라는 모델이다. DAC/PRE 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높은 퍼포먼스와 가격대는 아무튼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한국에서도 당연히 수입이 되어, 지난 서울국제오디오쇼에서도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고무되어 하이파이클럽 주재로 세 명의 오디오 평론가가 동원이 되어 함께 제품을 듣고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본격 시청에 앞서 SELECT II에 대한 개략적인 스케치부터 하겠다. 본 리뷰는 그 좌담을 정리한 것이다.
대담진행 : 하이파이클럽
대담 리뷰어 : 조용로, 이종학, 문한주(좌우순)
- 지금부터 셀렉트 II에 관한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MSB를 직접 다녀오신 이종학님부터 간략하게 회사 동향을 이야기해주시죠.
이종학 : 많은 애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창업자가 은퇴를 하고 회사가 2세대에 의해 운영될 때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직접 방문해보니 작년에 CEO가 바뀌고, 셋째 아들 조나단이 승계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이 사전부터 기획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2세로 넘어간 것이죠. 왜냐하면 조나단이 10년 전부터 회사에 있으면서 중요한 설계는 다 했거든요. 오히려 2세대로 넘어오면서 보다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목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셀렉트 II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된 제품이라 하겠습니다.
▲ 지난 독일 뮌헨오디오쇼에서 조나단 대표가 진행한 MSB Reference DAC 신제품 발표회
- 그렇군요.
이종학 : 또 하나는 회사의 중요한 기술이 조나단을 비롯한 내부 인력으로 충당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또 강점이 있습니다. 예전에 금융 위기가 났을 때, 다른 회사들은 인력을 감축했지만, MSB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죠. 이렇게 쭉 쌓아올린 기술력이 지금은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데, MSB는 핵심 기술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 이번 MSB Select II DAC 대담리뷰에 사용된 기기들
조용로 : MSB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내세운 것이 기술적인 자부심이었죠. 외관에 상관없이 오로지 음질로 승부하겠다, 라는 자세 말이죠. 덕분에 무척 저가로 판매할 수 있었죠. 외관이나 장식적인 요소를 다 배제했으니까요. 그게 시장에서 환영을 받게 됩니다. 이후 기술적인 시도를 선진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CD도 트레이에 담아서 쓸 수 있게 한다거나, 플래티넘 링크 DAC의 경우 384KHz 사양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기였죠. 그런 최초의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아마도 창업자인 래리 걸먼이 운영하면서 그런 기술적인 베이스가 따라줬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과연 2세대에서 그런 업적을 성취할 수 있을지, 더구나 일체 외부의 전문가 도움 없이 말이죠.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간 준비를 많이 했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가 갑니다.
이종학 : 조나단에게 들어보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처음에는 그 기술적인 이유를 잘 몰랐다고 합니다. 80년대 말만 해도 클럭이나 지터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여러 내용이 해명이 되면서 쭉쭉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 과학이라는 게 처음 시도를 했다가 나중에 이론으로 정립하는 경우가 많죠. 문한주님은 직접 MSB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는지요?
▲ MSB Universal Media Transport(UMT)
문한주 : 그간 여러 DAC를 사용해봤는데요, 각각의 제품마다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시그너처 DAC V라는 모델인데, 상당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어느 하나 뚜렷하게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어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또 MSB를 써보니 타사의 제품에 비해 사운드 스테이지나 밀도감에서 상당히 차이가 느껴집니다. 델타 시그마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들어보면, 중앙부는 괜찮은데, 주변부가 허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이지를 완전히 다 채우는 느낌이 약하죠. 하지만 래더 방식을 쓴 MSB는 그렇지 않습니다.
- 공간 테두리까지 다 채운다는 말씀이시죠.
이종학 : 잠깐 라인업을 정리하면, IV 시리즈일 때 처음 셀렉트가 나왔습니다. 그 후 V 시리즈로 바꿀 때 셀렉트 기술을 다 투입했다고 합니다. IV와 V 시리즈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죠. 그 후 이것을 넘어서는 것을 만들자, 해서 연구 끝에 셀렉트 II가 나온 겁니다.
조용로 : MSB 본사를 방문했으면 시청실도 봤을텐데, 거기선 주로 어떤 음악을 많이 듣던가요?
이종학 : 사실 이틀 동안 쭉 시청실에서 보내면서 라이브러리를 샅샅이 체크해봤습니다. 클래식, 재즈, 팝 등 일반적인 것도 다 있지만, 어떻게 이런 음반을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귀하면서 좋은 음악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음반 귀신이나 찾을 수 있는 소스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조용로 : 디지털 기기의 경우, 엔지니어링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해도 음악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거죠. MSB가 성공한 이면에는 기술적인 면도 강조를 많이 했지만, 근본적으로 음악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오늘의 MSB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플래티넘 DAC의 경우 지금 들어도 좋거든요. 시대의 간극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기계 만드는 사람이 만들었네, 같은 느낌이 없어요.
이종학 : 예를 들어 디지털 필터같은 것을 개발할 때 스무 개 이상 만들어서 일일이 들어봅니다. 또 MSB와 관련된 리스닝 그룹이 있어서 수시로 와서 듣고 체크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항상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 많은 오디오 제작자들이 자신의 제품이 최고고, 너희는 그냥 들어봐, 라는 식인데, MSB는 전혀 그렇지 않군요. 그런 열린 태도가 MSB의 강점이라 하겠습니다. 한데 제품 사이클이 얼마 정도 되나요?
문한주 : 5년 정도 되나요?
조용로 : 자동차는 7년쯤 하죠? (웃음)
▲ MSB Select DAC II 의 모듈들
- 요즘 보면 매년 신제품 내는 회사도 있죠?
문한주 : 아무래도 디지털쪽은 앰프나 스피커보다 사이클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포맷이 바뀌니까요.
이종학 : 그래서 셀렉트 II는 모듈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모듈만 교체해서 쓸 수 있게 말이죠. 또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고요. 아날로그 입력단을 추가하거나 혹은 USB를 더 추가할 수 있는 식이죠.
조용로 : 여기서 셀렉트 2가 MSB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언급해야겠군요. 플래그쉽인 만큼, 구매자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죠. 10년간 무상 업그레이드라던가, 10년 내에 셀렉트 II를 대신하는 또 다른 제품이 나오면 적절한 보상 교체를 해준다거나... 그만큼 본 기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문한주 : 다른 회사에서 이런 정책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나요?
이종학 :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없습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곳은 많은데, 모듈 자체를 교환해서 계속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MSB가 유일하다고 봅니다.
조용로 : MSB의 경우, 셀렉트 II뿐 아니라 하위 기종의 제품들도 모듈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MSB는 모듈 하나하나를 일종의 컴포넌트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모듈을 교체해서 쓸 수 있고, 연결이나 여러 다양한 업그레이드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USB 3.0이 4.0으로 바뀌어서 모듈을 바꾼다고 할 때, 이것은 어떤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새 컴포넌트를 산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에 일종의 로드 맵을 갖고 계속 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문한주 : MSB는 USB의 경우, 부품만 사서 갈아 끼우는 회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다 직접 만드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예전에 아래 한글이 조합형을 만들기 위해 전체적으로 새로 만들었듯이 말입니다. 독자적인 자신의 플랫폼을 만들고, 입력부만 계속해서 바꿀 수 있게 한 것이죠.
조용로 : 이 회사가 역사적인 내력도 갖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간 쌓아올린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죠. 모듈화를 이루려고 한다면, 그 베이스가 되는 플랫폼이 표준화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표준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향후 미래에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듈화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LG의 G5의 경우도 다음 제품에선 포기했거든요.
이종학 : 셀렉트 2의 큰 장점 중 하나는 DAC와 프리 기능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DAC는 간략하게 볼륨단을 다는 정도였죠. 당연히 소리가 거치니까 프리를 걸고 했죠. 한데 셀렉트 II의 프리단에는 버퍼단이나 OP 앰프 혹은 TR이 일체 없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프리를 만드냐? 단순히 볼륨단만 넣은 것이냐? 사실 MSB 탐방 전에 GLV 시청실에서 음악을 쭉 듣고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즈의 경우, 레이블마다 조금씩 음이 다릅니다. 그런 차이가 감지되더군요.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여기에 일반 프리를 끼면,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프리를 빼야 그 차이가 명확히 다가옵니다.
- 그럼 어떤 방식이 쓰였나요?
이종학 : 셀렉트 II에 보면, DAC 칩 총 16개가 들어갑니다. 2개 단위로 모듈을 하나 만들었으니, 총 8개의 모듈이 투입된 셈이죠. 또 기본적으로 전원부는 외부에 넣어야 된다고 MSB는 봅니다. 거기서 나온 전원 일부를 프리단에 쓰는 겁니다. 사실 통상의 프리앰프를 구축한다고 하면, 일단 전원이 들어가면서 그 안에 왜곡이나 딜레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그 폐단을 피하면서, 순수 프리의 장점을 확보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DAC/프리라는 컨셉을 최적화시킨 겁니다.
▲ MSB Select DAC II 에 들어간 8개의 Hybrid DACs
조용로 : 참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잘 와 닿지는 않습니다. (웃음) 사실 DAC에 볼륨단을 단 제품은 꽤 됩니다. 그러나 프리를 넣었을 때의 소리보다 좋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소리 자체의 특성은 좋을 수 있어도, 음악을 즐기는데 있어서 프리를 제외할 경우 손해 보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셀렉트 II는 자신있게 프리가 없는 편이 낫다고 하니, 앞으로 시청이 무척 기대됩니다.
문한주 : 저는 이미 직결로 쓰면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웃음)
- 프리단에서 볼륨단이 무척 중요한데, 셀렉트 II에는 어떤 것이 쓰였나요?
이종학 : 아직 밝혀진 부분은 없습니다.
문한주 : 다이아몬드나 시그너처 DAC의 경우엔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리단 자체에서 증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셀렉트 2는 방식이 전혀 다르고, 자세한 내용이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종학 : 정보를 다 오픈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타사에서 모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또 하나 셀렉트 II에서 흥미로운 것은, PCM 신호와 DSD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DAC, 이른바 하이브리드 DAC라 부르는 것에서 처리합니다.
조용로 : MSB에서 재미있는 것은 전원을 무척 중요시한다는 겁니다. 결국 오디오는 두 가지인 것 같거든요. 하나는 진동, 또 하나는 전기. 이 두 가지만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네임같은 회사는 꽤 오래 전부터 전원부를 별도로 달아서 음질을 향상시키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MSB는 그런 면에서 전원부를 극대화했다고 할까요? 얼마나 깨끗한 전기를 보내주느냐가 얼마나 좋은 음을 재생할 수 있느냐와 통한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철학은 예전 저가의 아날로그란 모델에서부터 꾸준히 모든 모델에 걸쳐 제공되고 있군요. 셀렉트 2는 그 부분이 극대화되었죠.
이종학 : 실제로 MSB는 전원부에 투자할 수록, DAC의 수를 늘릴 수록 음이 좋아진다고 봅니다. 제품 라인업을 보면, DAC의 숫자만큼 급수가 달라집니다. 또 DAC가 늘면 늘 수록, 그에 대한 전원 컨트롤이 더 세심하게 필요해지고요. 그래서 셀렉트 II의 프리단을 쓴다고 하면, 하나보다는 두 개의 전원부를 쓰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 두개의 전원부를 사용한 MSB Select DAC II
조용로 : 또 디지털과 아날로그부를 구분해서 전원부를 별도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리단을 쓴다고 할 경우, 기본형에서 디지털 입력단을 줄이고 아날로그 입력단을 늘리는 식으로 해서 자기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이종학 : 예전에 디지털 전송을 주장하는 회사들의 제품을 보면, 말하자면 프리가 생략된, 순수하게 전송만 위주로 음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스피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음이 매력이 있었죠. 그러나 듣다 보면 뭔가 재미가 반감된다고 할까? 그래서 디지털 프리를 만들어서 중간에 넣어줬습니다. 단순히 토스만 하는 기능인데도, 이게 개재하면 음이 번지거나 느려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단점을 셀렉트 II는 극복한 것이죠.
조용로 : 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리스너에겐 음이 얼마나 음악적으로 다가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프리앰프를 쓴다는 것은, 중간에 프리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약간의 왜곡을 즐긴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워 앰프는 스피커만 잘 구동하면 됩니다. 한데 프리는 그 시스템의 성격이라던가 음에 대한 철학에 관여되어 있습니다. 그런 통상적인 프리를 제외한다? 어떤 면에서 기대가 되고 또 걱정도 됩니다.
이종학 : 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에 일종의 생명을 불어넣는다고나 할까? 신이 휙 숨을 불어넣어 생명체를 만드는 식이죠. 그런데 셀렉트 II는 그 자체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조용로 : 그럼 제가 안 불어넣어도 되는 건가요? (웃음)
문한주 : 직결을 할 경우, 거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적합한 인터커넥터를 붙인다거나 아무튼 애호가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이 또 있는 것이죠.
* 2부(음질편)에서 계속됩니다.
이에 고무되어 하이파이클럽 주재로 세 명의 오디오 평론가가 동원이 되어 함께 제품을 듣고 대담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선 본격 시청에 앞서 SELECT II에 대한 개략적인 스케치부터 하겠다. 본 리뷰는 그 좌담을 정리한 것이다.
대담진행 : 하이파이클럽
대담 리뷰어 : 조용로, 이종학, 문한주(좌우순)
- 지금부터 셀렉트 II에 관한 대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MSB를 직접 다녀오신 이종학님부터 간략하게 회사 동향을 이야기해주시죠.
이종학 : 많은 애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창업자가 은퇴를 하고 회사가 2세대에 의해 운영될 때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직접 방문해보니 작년에 CEO가 바뀌고, 셋째 아들 조나단이 승계하게 되었는데, 그 부분이 사전부터 기획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2세로 넘어간 것이죠. 왜냐하면 조나단이 10년 전부터 회사에 있으면서 중요한 설계는 다 했거든요. 오히려 2세대로 넘어오면서 보다 의욕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목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습니다. 셀렉트 II는 그런 면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된 제품이라 하겠습니다.
- 그렇군요.
이종학 : 또 하나는 회사의 중요한 기술이 조나단을 비롯한 내부 인력으로 충당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또 강점이 있습니다. 예전에 금융 위기가 났을 때, 다른 회사들은 인력을 감축했지만, MSB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죠. 이렇게 쭉 쌓아올린 기술력이 지금은 상당한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데, MSB는 핵심 기술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조용로 : MSB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내세운 것이 기술적인 자부심이었죠. 외관에 상관없이 오로지 음질로 승부하겠다, 라는 자세 말이죠. 덕분에 무척 저가로 판매할 수 있었죠. 외관이나 장식적인 요소를 다 배제했으니까요. 그게 시장에서 환영을 받게 됩니다. 이후 기술적인 시도를 선진적으로 많이 했습니다. CD도 트레이에 담아서 쓸 수 있게 한다거나, 플래티넘 링크 DAC의 경우 384KHz 사양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기였죠. 그런 최초의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아마도 창업자인 래리 걸먼이 운영하면서 그런 기술적인 베이스가 따라줬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봅니다. 과연 2세대에서 그런 업적을 성취할 수 있을지, 더구나 일체 외부의 전문가 도움 없이 말이죠.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간 준비를 많이 했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가 갑니다.
이종학 : 조나단에게 들어보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처음에는 그 기술적인 이유를 잘 몰랐다고 합니다. 80년대 말만 해도 클럭이나 지터에 대한 개념이 없었으니까요.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이런 여러 내용이 해명이 되면서 쭉쭉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 과학이라는 게 처음 시도를 했다가 나중에 이론으로 정립하는 경우가 많죠. 문한주님은 직접 MSB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특별히 하실 말씀이 있는지요?
문한주 : 그간 여러 DAC를 사용해봤는데요, 각각의 제품마다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것은 시그너처 DAC V라는 모델인데, 상당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어느 하나 뚜렷하게 모자라는 부분을 찾아볼 수 없어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또 MSB를 써보니 타사의 제품에 비해 사운드 스테이지나 밀도감에서 상당히 차이가 느껴집니다. 델타 시그마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들어보면, 중앙부는 괜찮은데, 주변부가 허한 경우가 많습니다. 스테이지를 완전히 다 채우는 느낌이 약하죠. 하지만 래더 방식을 쓴 MSB는 그렇지 않습니다.
- 공간 테두리까지 다 채운다는 말씀이시죠.
이종학 : 잠깐 라인업을 정리하면, IV 시리즈일 때 처음 셀렉트가 나왔습니다. 그 후 V 시리즈로 바꿀 때 셀렉트 기술을 다 투입했다고 합니다. IV와 V 시리즈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죠. 그 후 이것을 넘어서는 것을 만들자, 해서 연구 끝에 셀렉트 II가 나온 겁니다.
조용로 : MSB 본사를 방문했으면 시청실도 봤을텐데, 거기선 주로 어떤 음악을 많이 듣던가요?
이종학 : 사실 이틀 동안 쭉 시청실에서 보내면서 라이브러리를 샅샅이 체크해봤습니다. 클래식, 재즈, 팝 등 일반적인 것도 다 있지만, 어떻게 이런 음반을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귀하면서 좋은 음악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음반 귀신이나 찾을 수 있는 소스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조용로 : 디지털 기기의 경우, 엔지니어링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해도 음악으로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잘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거죠. MSB가 성공한 이면에는 기술적인 면도 강조를 많이 했지만, 근본적으로 음악적인 면에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오늘의 MSB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플래티넘 DAC의 경우 지금 들어도 좋거든요. 시대의 간극이 별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건 기계 만드는 사람이 만들었네, 같은 느낌이 없어요.
이종학 : 예를 들어 디지털 필터같은 것을 개발할 때 스무 개 이상 만들어서 일일이 들어봅니다. 또 MSB와 관련된 리스닝 그룹이 있어서 수시로 와서 듣고 체크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항상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 많은 오디오 제작자들이 자신의 제품이 최고고, 너희는 그냥 들어봐, 라는 식인데, MSB는 전혀 그렇지 않군요. 그런 열린 태도가 MSB의 강점이라 하겠습니다. 한데 제품 사이클이 얼마 정도 되나요?
문한주 : 5년 정도 되나요?
조용로 : 자동차는 7년쯤 하죠? (웃음)
- 요즘 보면 매년 신제품 내는 회사도 있죠?
문한주 : 아무래도 디지털쪽은 앰프나 스피커보다 사이클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포맷이 바뀌니까요.
이종학 : 그래서 셀렉트 II는 모듈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포맷이 나오면 모듈만 교체해서 쓸 수 있게 말이죠. 또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고요. 아날로그 입력단을 추가하거나 혹은 USB를 더 추가할 수 있는 식이죠.
조용로 : 여기서 셀렉트 2가 MSB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언급해야겠군요. 플래그쉽인 만큼, 구매자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죠. 10년간 무상 업그레이드라던가, 10년 내에 셀렉트 II를 대신하는 또 다른 제품이 나오면 적절한 보상 교체를 해준다거나... 그만큼 본 기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봐야죠.
문한주 : 다른 회사에서 이런 정책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나요?
이종학 :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선 없습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곳은 많은데, 모듈 자체를 교환해서 계속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MSB가 유일하다고 봅니다.
조용로 : MSB의 경우, 셀렉트 II뿐 아니라 하위 기종의 제품들도 모듈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MSB는 모듈 하나하나를 일종의 컴포넌트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모듈을 교체해서 쓸 수 있고, 연결이나 여러 다양한 업그레이드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예를 들어 USB 3.0이 4.0으로 바뀌어서 모듈을 바꾼다고 할 때, 이것은 어떤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새 컴포넌트를 산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기기에 일종의 로드 맵을 갖고 계속 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문한주 : MSB는 USB의 경우, 부품만 사서 갈아 끼우는 회사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다 직접 만드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예전에 아래 한글이 조합형을 만들기 위해 전체적으로 새로 만들었듯이 말입니다. 독자적인 자신의 플랫폼을 만들고, 입력부만 계속해서 바꿀 수 있게 한 것이죠.
조용로 : 이 회사가 역사적인 내력도 갖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간 쌓아올린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죠. 모듈화를 이루려고 한다면, 그 베이스가 되는 플랫폼이 표준화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 표준적인 인터페이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향후 미래에도 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듈화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LG의 G5의 경우도 다음 제품에선 포기했거든요.
이종학 : 셀렉트 2의 큰 장점 중 하나는 DAC와 프리 기능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DAC는 간략하게 볼륨단을 다는 정도였죠. 당연히 소리가 거치니까 프리를 걸고 했죠. 한데 셀렉트 II의 프리단에는 버퍼단이나 OP 앰프 혹은 TR이 일체 없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프리를 만드냐? 단순히 볼륨단만 넣은 것이냐? 사실 MSB 탐방 전에 GLV 시청실에서 음악을 쭉 듣고 놀란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즈의 경우, 레이블마다 조금씩 음이 다릅니다. 그런 차이가 감지되더군요.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여기에 일반 프리를 끼면, 그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프리를 빼야 그 차이가 명확히 다가옵니다.
- 그럼 어떤 방식이 쓰였나요?
이종학 : 셀렉트 II에 보면, DAC 칩 총 16개가 들어갑니다. 2개 단위로 모듈을 하나 만들었으니, 총 8개의 모듈이 투입된 셈이죠. 또 기본적으로 전원부는 외부에 넣어야 된다고 MSB는 봅니다. 거기서 나온 전원 일부를 프리단에 쓰는 겁니다. 사실 통상의 프리앰프를 구축한다고 하면, 일단 전원이 들어가면서 그 안에 왜곡이나 딜레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그 폐단을 피하면서, 순수 프리의 장점을 확보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DAC/프리라는 컨셉을 최적화시킨 겁니다.
조용로 : 참 재미있는 이야기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잘 와 닿지는 않습니다. (웃음) 사실 DAC에 볼륨단을 단 제품은 꽤 됩니다. 그러나 프리를 넣었을 때의 소리보다 좋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소리 자체의 특성은 좋을 수 있어도, 음악을 즐기는데 있어서 프리를 제외할 경우 손해 보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셀렉트 II는 자신있게 프리가 없는 편이 낫다고 하니, 앞으로 시청이 무척 기대됩니다.
문한주 : 저는 이미 직결로 쓰면서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웃음)
- 프리단에서 볼륨단이 무척 중요한데, 셀렉트 II에는 어떤 것이 쓰였나요?
이종학 : 아직 밝혀진 부분은 없습니다.
문한주 : 다이아몬드나 시그너처 DAC의 경우엔 지금까지 알려진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리단 자체에서 증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셀렉트 2는 방식이 전혀 다르고, 자세한 내용이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종학 : 정보를 다 오픈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타사에서 모방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 봅니다. 또 하나 셀렉트 II에서 흥미로운 것은, PCM 신호와 DSD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DAC, 이른바 하이브리드 DAC라 부르는 것에서 처리합니다.
조용로 : MSB에서 재미있는 것은 전원을 무척 중요시한다는 겁니다. 결국 오디오는 두 가지인 것 같거든요. 하나는 진동, 또 하나는 전기. 이 두 가지만 컨트롤할 수 있으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네임같은 회사는 꽤 오래 전부터 전원부를 별도로 달아서 음질을 향상시키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MSB는 그런 면에서 전원부를 극대화했다고 할까요? 얼마나 깨끗한 전기를 보내주느냐가 얼마나 좋은 음을 재생할 수 있느냐와 통한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철학은 예전 저가의 아날로그란 모델에서부터 꾸준히 모든 모델에 걸쳐 제공되고 있군요. 셀렉트 2는 그 부분이 극대화되었죠.
이종학 : 실제로 MSB는 전원부에 투자할 수록, DAC의 수를 늘릴 수록 음이 좋아진다고 봅니다. 제품 라인업을 보면, DAC의 숫자만큼 급수가 달라집니다. 또 DAC가 늘면 늘 수록, 그에 대한 전원 컨트롤이 더 세심하게 필요해지고요. 그래서 셀렉트 II의 프리단을 쓴다고 하면, 하나보다는 두 개의 전원부를 쓰는 쪽이 더 유리합니다.
조용로 : 또 디지털과 아날로그부를 구분해서 전원부를 별도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프리단을 쓴다고 할 경우, 기본형에서 디지털 입력단을 줄이고 아날로그 입력단을 늘리는 식으로 해서 자기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이종학 : 예전에 디지털 전송을 주장하는 회사들의 제품을 보면, 말하자면 프리가 생략된, 순수하게 전송만 위주로 음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스피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음이 매력이 있었죠. 그러나 듣다 보면 뭔가 재미가 반감된다고 할까? 그래서 디지털 프리를 만들어서 중간에 넣어줬습니다. 단순히 토스만 하는 기능인데도, 이게 개재하면 음이 번지거나 느려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단점을 셀렉트 II는 극복한 것이죠.
조용로 : 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생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리스너에겐 음이 얼마나 음악적으로 다가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즉, 프리앰프를 쓴다는 것은, 중간에 프리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약간의 왜곡을 즐긴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파워 앰프는 스피커만 잘 구동하면 됩니다. 한데 프리는 그 시스템의 성격이라던가 음에 대한 철학에 관여되어 있습니다. 그런 통상적인 프리를 제외한다? 어떤 면에서 기대가 되고 또 걱정도 됩니다.
이종학 : 프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에 일종의 생명을 불어넣는다고나 할까? 신이 휙 숨을 불어넣어 생명체를 만드는 식이죠. 그런데 셀렉트 II는 그 자체로 숨을 쉬고 있습니다.
조용로 : 그럼 제가 안 불어넣어도 되는 건가요? (웃음)
문한주 : 직결을 할 경우, 거기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에 적합한 인터커넥터를 붙인다거나 아무튼 애호가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이 또 있는 것이죠.
* 2부(음질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