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Bryston 28B³ Power Amplifier
본문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온 몬스터
1973년 설립한 이래 브라이스턴은 프로 음향기기 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분야에 자연스럽게 연착륙했다. 뛰어난 내구성은 물론이며 강력한 파워와 정직한 설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일부 가격만 높고 성능은 현저히 떨어지는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들을 주눅 들게 하기도 했다. 브라이스턴은 이후 뛰어난 모니터 타입 앰프의 바로미터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도 한창 저능률 스피커가 수면 위로 떠오를 당시 브라이스턴 파워앰프의 도움을 종종 받았을 만큼 합리적인 가격대에 가장 안전하고 신뢰가 가는 앰프 메이커로 기억한다. 무려 20년 워런티가 이런 그들의 자신감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브라이스턴 본사
캐나다 토론토 중심가로부터 140Km 정도 떨어진 온타리오주의 피터버러에 위치한 브라이스턴은 그렇게 수십 년간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성능을 위해 고집스럽게 버텨왔다. 무척 전통적인 설계의 앰프를 제작하며 꾸준히 측정치를 상향시켜왔으며 내구성에 대해선 그 어떤 엔지니어도 토를 달 수 없을 만큼 대단히 안정적인 작동을 보이도록 만든다. 최대출력에서 100시간씩 on/off를 반복하는 혹독한 테스트를 반복한 후에야 출고가 가능할 정도다.
브라이스턴은 고집이 세다. D 클래스 증폭이나 SMPS 전원부 또는 아주 작은 사이즈의 컴팩트 앰프나 미려한 디자인의 인티앰프 등 요즘 트렌드에 쉽게 승차하지 않는다. 초창기부터 ATC 등 저능률 스피커 킬러로서 몬스터로 불렸던 브라이스턴의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단 이번에 테스트한 브라이스턴 28B³ 파워앰프는 과거에 비하면 많이 세련돼 보였다.
우연 그리고 인연
하지만 때로 이런 보수적이고 전통에 기댄 고집 센 브라이스턴이 커다란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브라이스턴은 새로운 앰프를 개발 중이었고 기존 앰프의 성능을 향상시킬 연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한 명의 엔지니어가 브라이스턴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이름은 Ioan Alexandru Salomie로서 젊은 엔지니어이자 박사였다. 그는 하이파이 오디오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신선한 서킷 디자인을 브라이스턴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브라이스턴은 그의 회로 설계를 보고 그를 고용해 개발 팀을 꾸렸고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혁신적인 입력 회로를 설계해냈다. 브라이스턴은 그의 이름을 따 Salomie 서킷이라고 불렀다. 이 새로운 서킷은 기존 SST2 라인업보다 디스토션을 열 배 이상 감쇄시킬 수 있었고 이 서킷 설계 기술은 곧 특허로 인정되었으며 새로운 라인업에 적용된다. 바로 큐브드(Cubed)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증폭 이상에 더 가까이 - 28B³
이번에 테스트한 28B³는 바로 Salomie 서킷을 적용한 브라이스턴 큐브드 시리즈의 최상위 파워앰프다. 일단 이 앰프는 모노 블록 형태로서 하나의 앰프가 하나의 채널만 증폭 가능해 스테레오 시스템을 운용하려면 두 대가 필요하다. 온타리오주 피터버러에 위치한 브라이스턴 공장에서 모두 직접 만들어내는 이 앰프는 견고한 섀시부터 눈에 들어온다. 한 대당 무려 40kg 정도의 무게로 마치 돌덩이 같은 만듦새가 든든한 느낌을 준다.
섀시는 알루미늄을 정교하게 절삭해 만든 것으로 블랙 또는 화이트 등 두 개 컬러는 지원하며 17인치 또는 19인치 패널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시청한 모델은 19인치 풀 사이즈 패널을 단 것으로 손잡이가 장착되어 있어 훨씬 더 멋진 모습이다. 전면은 두 개로 분할된 구조인데 중앙에 자리 잡은 스탠바이 스위치 미 및 브라이스턴 로고 부위가 사각 모양 안에 위치하고 있다. 중앙에 위치한 LED 인디게이터는 레드, 그린, 오렌지 등의 색상으로 제품의 작동 상태를 알려준다. 과거 브라이스턴 디자인을 생각하면 무척 세련된 디자인이며 표면 마감도 꽤 고급스럽게 변모했다.
후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XLR 입력 외에 RCA 입력이 하나씩 보이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AC 전원 입력단이 아래로 보이며 앰프 보호를 위한 서킷 브레이커도 마련해놓은 모습이다. 출력의 경우 채널당 +와 – 신호 출력을 두 벌 마련해놓아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하고 있다. 대출력 AB 클래스 파워앰프지만 절대 팬 등 액티브 방열 장치는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섀시를 위에서 볼 때 좌/우로 방열판을 배치해 대기 중으로 열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내부는 마치 커다란 성벽을 뒤로 두고 병사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참고로 이 앰프의 정격 출력은 8옴 기준 1000와트로 대출력이다. 이 1000와트의 의미는 최근 출시되는 하이엔드 스피커까지 모함해 저역 제동에 있어 어떤 문제도 없이 모든 부하에 견딜 수 있다는 일종의 상징과 같다. 사실 AB 클래스 앰프 중 이 정도 출력을 매우 투명하고 섬세하게 재생할 수 있는 앰프는 그다지 많지 않고 있다고 한다면 엄청난 고가다.
1000와트는 브라이스턴의 대단한 자신감인데 이 출력을 디스토션 없이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브라이스턴은 엄청난 규모의 전원부를 마련해놓고 있다. 어마어마한 저장 용량의 자랑하는 전류의 댐을 만들어 어떤 음악 신호가 들어오든 이를 증폭할 때 필요한 전류를 풍부하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위해 앞 쪽에 한 개의 커다란 트랜스포머 한 대를 장착하고 그 뒤로 열여섯 개의 커패시터를 배치하고 있다.
28B³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출력이지만 사실 많은 출력을 사용하지 않는 가정용 하이엔드 앰프에서 더 중요한 것은 잡음 없이 깨끗하고 선형적인 증폭 특성이다 여기서 특허받은 Salomie 입력단이 빛을 발한다. 총 12개의 액티브 소자로 이루어진 입력단은 매우 선형적이며 노이즈가 적은 입력 버퍼 회로를 통해 기존 버전은 물론 그 어떤 하이엔드 앰프에 비해서도 디스토션이 낮다고 한다.
실제 스펙에서 드러나는 하모닉 디스토션은 가청 한계인 20Hz에서 20kHz 구간에서 1000와트 출력일 때 고작 ≤0.005%정도이며 Slew Rate가 >65V/μS 등 대단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브라이스턴은 보편적인 앰프들이 출력에 따라 THD가 많은 변동을 보이는 것과 달리 28B³는 아주 균질하게 낮은 THD를 보인다. 또한 가청 주파수 구간에서도 대역이 높아질수록 THD가 높아지는 앰프들에 비해 자사의 앰프는 아주 낮은 THD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는 출력단 설계에서도 드러나는데 브라이스턴의 Quad-Complemetary 출력단은 트랜지스터 정합을 통해 크로스오버 왜곡을 최소화하고 과도 응답 특성을 개선했다. 더불어 출력단의 하모닉 디스트리뷰션은 A 클래스 증폭 설계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오히려 왜곡률은 더 낮다고 한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나윤선 - Lento
프리앰프로 쓰랙스 Dionysos 그리고 소스기기로 역시 쓰랙스의 Maximinus를 사용하고 스피커에 802D3를 사용해 테스트한 브라이스턴 28B³는 내가 만나본 어떤 파워앰프보다도 정확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특히 802D3 같은 경우 여러 매칭으로 들어보았지만 이 스피커에 연결했던 파워앰프 중 가장 안정된 대역 밸런스를 보인다. 가장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파워앰프로서 존재가 사라지는 체험을 주었다. 예를 들어 나윤선의 ‘Lento’를 들어보면 음상은 매우 차분하고 정확하고 일체의 흔들림이 없다. 음상의 외곽이 번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차갑거나 메마르지도 않은, 딱 알맞은 형태로 형성된다.
Tord Gustavsen - Twins
The Ground
무려 1천 와트의 앰프가 이렇게 거칠지 않고 부드러운 표면 촉감을 보여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 음색이 고우면 출력이 낮고 출력이 높이면 거칠어지기 십상이다. 음정의 정확성에 대해서도 놀랍다. 이 문제 관해 브라이스턴 28B³의 성능을 굉장하다. 예를 들어 토드 구스타프센의 ‘Twins’를 들어보면 음정의 왜곡이 없으며 매우 또렷한 소리에 배경은 자연스럽게 매우 깨끗하고 심도 있는 블랙처럼 처리된다. 자신만의 특별한 음색을 가지진 않으며 객관적 기준에 의해 어떤 흠결을 찾아내는 것은 브라이스턴 28B³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Bela Fleck and The Flecktones
Flight of the cosmic hippo
이 앰프의 디자인이나 스펙만 보고 힘은 세지만 무척 공격적이며 메마른 음색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브라이스턴 28B³는 이런 대출력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운 표면 질감과 단단한 저역 증폭 특성을 보여준다. 벨라 플랙의 ‘Flight of the cosmic hippo’에서 초반의 강력한 어택은 깊고 단단하고 정확하게 바닥에 꽂히는 느낌이다. 일사불란한 연주에서도 산만한 움직임이 전혀 없이 802D3를 완벽히 제압한다. 오히려 너무 제압한 나머지 생동감이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정도다.
Osmo Vanska, Minnesota Orchestra
Mahler: Symphony No.5
브라이스턴 28B³가 만들어내는 소리의 표면은 마치 어떤 것도 새겨 넣지 않은 새하얀 석고 조형물의 표면을 만지는 느낌이다. 표면을 곱게 세공한 듯 단단하지만 딱딱하거나 거칠지 않고 동적인 움직임은 민첩하다. 또한 탄력감이 무척 뛰어나 오스모 벤스케 지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는 말러 5번 1악장에서 마치 A 클래스의 그 삼삼한 중역이 아른거린다. 이런 탁월한 음색과 다이내믹스 표현에 더해 좌/우로 펼쳐내는 입체적인 무대는 802D3가 아니라 어떤 스피커에서도 일종의 기준이 될 만한 능력을 대변했다.
총평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브라이스턴에게 선물과 같은 회로를 제공했던 Salomie 박사. 그러나 그는 이 앰프의 완성을 보지 못했다. 어떤 이유에선지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온타리오주의 어느 병원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학자였던 그가 고국의 대표적인 하이파이 메이커 브라이스턴에 남긴 유산은 오랫동안 그를 오디오파일에게 기억하게 만들 것이다. 브라이스턴 28B³에는 브라이스턴이 새롭게 설계한 여러 서킷과 노하우가 공존하지만 Salomie 입력 서킷은 그중에서도 이 앰프의 성능을 기존 앰프와 비교해 드라마틱하게 향상시킨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이보다 더 비싸면서도 좋지 않은 측정치를 보이는 앰프도 많고 측정치는 이보다 떨어지지만 개성 넘치는 소리로 사랑받는 앰프도 많다. 하지만 뛰어난 스펙과 엄청난 힘 그리고 취향을 타지 않아 질리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스피커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앰프는 흔치 않다. 브라이스턴 28B³ 는 바로 그런 흔치 않은 앰프다. 28B³는 Salomie 박사의 유작이자 브라이스턴의 걸작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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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utput Per Channel |
8Ω Load: 1000W |
Gain |
High: 29dB 28.28 V/V |
Sensitivity (into 8Ω) |
High: 1.0V 100W High: 3.2V 1000W |
Input Impedance |
Individual Mode Single Ended: ≈15kΩ Balanced +: ≈15kΩ Balanced -: ≈15kΩ |
IMD |
60Hz+7kHz 4:1 <0.005% |
THD+N |
20Hz-20kHz @ 1000W, 8Ω <0.005% |
Noise (input shorted, 22Hz-22kHz) |
Single Ended: <-116dB Balanced: <-117dB |
Slew Rate |
>65V / µS |
Bandwidth |
<1Hz to >100kHz -3dB |
Damping |
20Hz, 8Ω >300 |
Power Consumption (Watts) |
Standby: <0.5 Idle: ≤225 1000W 8Ω: 1790 166W 8Ω: 810 |
Heat Load (BTU/Hour) |
Idle: ≤768 1000W 8Ω: 6108 166W 8Ω: 2764 |
Weight |
42kg |